어느날 직장 동료 여성이 몹시 우울해하고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물어봤더니 그녀가 말하길 오늘이 결혼 기념일인데 남편은 분명히 까먹은 것 같아서 그런다고 했다.
그녀에겐 십대 초반의 딸이 있었고 당시는 여름방학 기간이라 집에 있었다.
그녀의 집 전화번호(핸드폰이 보급되기 전 시절이다)를 알던 나는 그녀의 집에 전화를 걸었고 예상대로 한 아이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 아이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당장 아빠한테 전화해서 결혼기념일이란 걸 알리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랑 아빠한테 내가 전화했다는 건 말하지 말라고 하고.
다음날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출근했다.
남편이 기념일을 기억해서 꽃을 사주고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며 자랑했다.
미션완료. 나는 잠자코 있었다.
6년후 그녀가 퇴사를 하게되었다.
작별 기념 식사를 같이 하던 그녀가 내게 속삭였다.
"우리 애가 밀고했어요. 고마웠어요"